순교자 성월을 보내며...(이옥자 헬레나 자매님의 글을 올려드립니다.)

by 부스러기. posted Oct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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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매미 소리가 요란했는데, 지금은 귀뚜라미가 가을을 알립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우리는 어제가 오늘 같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목숨 바쳐 물려주신 신앙의 정신을 뼈아프게 본 받아야 하는데, 항상 생각만 거창합니다.
그래도 작년에 비교하면, 우리 산호 성당 신자들도 많이 부지런해졌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하던 본당 청소도, 우리 손으로 하고, 신심단체별로 하던 모임 후 외식도,
그 돈으로 주일 미사 후 반별로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여, 매주 함께 공동체 정신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 성전 보수 및 신축공사를 위해,
본당에서는 소금도 팔고, 고춧가루, 홍삼도 팔아 수익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속한 신립금을 내기위해, 명절 때 자녀들이 주는 용돈도 모우고, 생활비도 절약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순교정신이라 생각 해 봅니다.
인생의 목표는 무슨 대단한 일을 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것이고, 그대로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있는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 우리들로 하여금 가끔은 침묵하게 해 주시고,
그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 듣게 해주소서.
해 저물어 어두운 세상에, 빛을 준다고 생각하는 반딧불이의 교만은 꿈에라도 생각하지 말게 하시고,
나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 뒤로 물러서는 비겁함도 멀리 해주소서.
마리아와 마르타의 마음을 골고루 가져 기도와 활동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일 없이
조화로운 신앙의 성숙된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올해는 우리 본당 신자들이 많이 선종하셨습니다. 모두가 주님을 믿으며 일생을 사셨지만
그래도 행여 천국에 들어가지 못했으면, 순교자들이여, 베드로 사도 한 눈 팔 때 퍼뜩 손잡아,
천국 문 들어가게 해주소서.
일상생활에 함께 동행하시며, 우리의 보폭에 발맞추어 걸으시는 예수님, 곰곰이 생각해보니,
순교자 당신들이 있어 정말로 우리는 자랑스럽습니다. 아멘.

                                                                                             2011. 9. 20
                                                                                             이옥자 헬레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