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농부 내외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드린다.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널려있고 멀리 성당이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것은 그 유명한 '이삭줍기'와 더불어 많이 알려진 밀레의 ‘만종(晩鐘)’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하루 일을 마치고 부부가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삼종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기도하다.
참으로 평화로운 전원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 그림에 죽음이란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그림에는 부부가 씨감자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발밑에 놓고 기도하고 있는데
밀레가 최초로 그린 그 바구니에는 그들의 사랑하는 아기의 시체가 들어있었단다.
배고픔을 참고 씨감자를 심으며 겨울을 지내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아기는 끝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죽었다.
이 아기를 묻기 위해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게 만종이었다.
그런데 왜 그림 속의 아기가 사라졌을까?
그림을 보게 된 밀레의 친구가 큰 충격과 우려를 보이며 아기를 넣지 말자고 부탁했다.
그래서 밀레는 고심 끝에 아기 대신 감자를 넣었다.
이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농촌의 평화로움을 담고 있는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수십 년 후, 현대 과학으로 인해 적외선 투사 작업을 통해서
초벌 그림에서는 그 감자 바구니가 죽은 어린아이의 관이었던 게 밝혀졌다.
그리고 만종이 죽은 아기를 묻기 전 마지막으로 부부가 기도하는 그 가슴 아픈 모습이었는데
주위의 권유로 수정되었다는 뒷이야기의 숨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회는 해마다 11월 한 달을 위령 성월로 지내고 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이다.
이 달에 우리들은 세상을 먼저 떠난 가족이나 친지들의 영혼은 물론 죽은 모든 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특히 교회는 이 시기에 단련중인 연옥의 영혼들을 위해 많이 기도할 것을 권하고 있다.
11월은 전례력으로도 연중 마지막 시기이기에 세상의 종말에 관한 성경 말씀을 많이 듣게 된다.
따라서 이 달은 먼저가신 분들의 기도도 물론이지만
우리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조용히 묵상해 볼 수 있는 은총의 시기이다.
죽음이 두렵고 무섭다면 그건 죽음 그 자체가 아닌 우리 삶의 믿음의 불안함에 있다.
죽음을 생각지 않고는 진지한 삶이 힘들다. 왜냐하면 우리는 죽어가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그래서 어차피 죽어가는 삶이 두렵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2베드 3,8)’
이렇게 하루하루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죽음은 그다지 두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쩜 하늘나라로 나아가는 길목에 겪는 필수코스로 즐겁게 단련할 것 아닌가!
우리는 천재 화가 밀레의 만종에서도 보았지만 곳곳에서 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죽음은 과연 끝일까?
‘죽음의 판결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보다 앞서간 자들과 뒤에 올 자들을 기억하여라.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주님의 판결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뜻을 거역하려 드는가?
십 년을 살든 백 년을 살든 천 년을 살든 저승에서는 수명을 따질 필요가 없다.(집회 41,3-4)’
한 어린아이의 죽음이 유명한 그림의 소재가 되었듯이 어쩜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할 수도 있다.
위령 성월을 보내면서 다가오는 죽음의 준비를 차분히 하면서 주위를 정리해 볼 시간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죽음과 함께 맞을 그분과의 만남의 기쁨도 함께 누리도록 자신을 정성스레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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