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성모님께 올리는 글

by 김수식(프란치스코) posted May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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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어머니께

어머니!
봄날이 무르익어가는 5월입니다.
어머니께 편지를 쓰려고, 집에 모신 당신 성상 앞에 앉았습니다.
은은한 미소로 저를 맞아주시는 당신,
당신 목에는 저의 꾸르실료 목걸이와 두 아들이 받아온 교리교사 목걸이가
걸려있고, 당신 주변에는 가족들의 명함과 사진들이 놓여있네요.
일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가져다놓으며, 못다 챙기는 저의 불안한 마음,
그 간절함 모아 당신께 의탁하고 살고 있음을 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은 "우리는 세상부모일 뿐, 너희 진짜 엄마는 성모님이고,
진짜 아빠는 하느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너무 슬퍼습니다.
부모님께 버림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고, 실제 마음은
차가운 분들 같았습니다.
그렇게 밀쳐진 마음으로 뒷걸을치듯 다가간 성모어머니였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는
한계를 넘는 일상 속에서, 저는 당신을 찾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아플 때, 가족들 간에 갈등으로 상처받고 마음이 아플 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직장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힘들 때, 아무도 날 위해 도움 주는 이
없이, 오로지 혼자서 헤쳐가야만 하는 것 같은 팍팍한 마음이 들 때, 고비 고비
이어지는 고통의 길에서, 사람으로 채울 수 없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한계의 선을 어머니는 채워주셨습니다.

예수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뚯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셨던, 그 순
종의 태도는,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 없어 불안함에 떠는 제 마음을,
도망가지 않고 오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어내도록 하여 중심을
세워주고 있습니다.
매순간 하느님의 뚯을 묻고 헤아리며 살아가셨던 모습은, 저에게도 홀로이
떠도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굳건히 연결된 하나의 삶, 가볍게 튼튼
한 삶을 알게 해주십니다
당신 앞에 다가가,제 마음 풀어 놓고 묵주를 돌리다보면, 어느새 당신은
저와 함께 같은 심정으로 하나가되어 계십니다. 세상의 엄마처럼 성모어머
니도 그렇게 저의 어머니로 나아가 어머니의 어머니로 저의 빈 마을을 채
워 주십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하루하루 속에서, 내 힘
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지켜 내고픈 애절한 아음을, 당신께 의탁
하며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어머니, 그 사랑 보여
주셔 감사합니다.

오늘 이 좋은 날 그동안 살펴주신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언제까지나 저희와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당신의 손길로 채워진 완전한 사랑을 드립니다.


          2019년  5월  2일 아름다운 밤에 강윤궁 마리아 드림